일본어 존댓말, 한국인은 절반 먹고 들어가요

받아일 · 2026년 6월 26일 · 3분 읽기

통화하며 저도 모르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애니메이션 속 회사원

“일본어는 존댓말 때문에 어려워요.” 자주 듣는 말인데 반쯤 틀렸어요. 한국어에도 존댓말이 있어서, 일본어 존댓말의 절반은 우리가 이미 배워 둔 것이거든요. 어려운 건 나머지 절반이고, 그 절반이 어디인지 알면 갈 길이 훨씬 짧아져요.

같은 부탁을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 資料を送って。
  • 資料を送ってください。
  • 資料を送っていただけますか。
  • 資料をお送りいただけますでしょうか。

한국어로 옮기면 “자료 보내 줘, 보내 주세요, 보내 주시겠어요, 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가 돼요. 넷이 정확히 포개져요. 상대에 따라 문장 끝을 갈아 끼운다는 감각 자체가 한국어에 이미 있으니까, 우리는 이 사다리를 새로 배우는 게 아니라 알아보기만 하면 돼요. 존댓말이라는 개념부터 배워야 하는 영어 화자와는 출발선이 달라요.

새로 배우는 절반 하나, 나를 낮추는 말

일본어에는 상대를 높이는 말과 별도로 나를 낮추는 말이 한 벌 더 있어요. 간다는 뜻의 行く 하나를 놓고, 상대가 가시면 いらっしゃる고 내가 가면 参る예요. 한국어는 “가시다”처럼 상대를 높이는 쪽이 중심이고 나를 낮추는 전용 낱말은 몇 개 안 남아 있어서(“뵙다”나 “여쭙다” 정도요), 이 두 번째 벌은 새로 외워야 해요.

다만 이건 양의 문제지 개념의 문제가 아니에요. 자주 쓰는 낱말 몇 개부터 채우면 돼요.

새로 배우는 절반 둘, 안과 밖

진짜 어려운 건 이쪽이에요. 일본어 존댓말은 상대가 누구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 편인가 바깥인가로 갈려요.

거래처 전화에서 우리 부장님이 자리에 없다고 전할 때, 일본어로는 部長はただいま席を外しております라고 해요. 우리 부장님인데 높임 없이 낮춰 말해요. 바깥 사람 앞에서는 우리 회사 사람 전체가 나와 한편이라, 부장님도 나처럼 낮추는 거예요.

한국어는 반대로 가요. 남의 회사 사람에게도 “부장님은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라고 높여 말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래서 한국인 학습자가 제일 오래 틀리는 자리가 여기예요. 문법을 다 알아도 입이 한국어 습관대로 우리 부장님을 높여 버리거든요.

번역기가 특히 약한 자리

이 층위가 번역기가 제일 자주 뭉개는 부분이에요. “부장님은 자리에 안 계십니다”를 일본어로 옮길 때, 듣는 사람이 우리 회사 사람인지 거래처 사람인지에 따라 문장이 달라져야 하는데 번역기는 그 관계를 몰라요. 문장 안에 안 적혀 있으니까요.

정확도가 아니라 관계를 모른다는 문제라, 모델이 커진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어떻게 익히나

이건 외워서 되는 종류가 아니에요. 존댓말 표를 만들어 외운다고 실전에서 골라지지 않아요. 상대의 반응으로 익혀요.

너무 딱딱하게 말하면 상대가 웃으면서 편하게 대해 줘요. 너무 편하게 말하면 상대가 살짝 정색해요. 그 미묘한 반응을 몇 번 겪으면 감이 생겨요. 문법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감각이고, 실제로 말을 주고받아 봐야 생겨요.

일본어 존댓말이 통째로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절반은 이미 한국어가 가르쳐 놨고, 새로 배울 절반이 어디인지도 정해져 있어요. 나를 낮추는 낱말 한 벌, 그리고 안과 밖의 감각. 거기에만 연습을 몰면 돼요.

말이 길었네요
3분이면 아실 텐데

가입도 카드도 없이, 전화 한 통입니다.